
지난 2월,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던 PPT 디자인 브랜드를 런칭했다. (왜 미뤘는지는 나중에 이야기 해보겠다)
아뿔싸. 너무 늦게 시장에 들어와버린 걸까. 이미 시장에는 AI가 만들어주는 PPT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이제 PPT 디자이너는 망한 직업일까?
AI로 만든 PPT, 실제로 써보았다.
나는 여러 AI 유료버전을 사용하는 편이라 AI가 어느 정도까지 PPT를 만들어주는지 샘플로 여러 번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결론부터 말하면 실무에서 사용할 만큼 깔끔한 PPT는 충분히 만들어진다. 특히, 클로드 유료버전으로 프롬프트를 고도화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원고를 잘 만들어주었다. 레이아웃도 정돈되어 있고 디자인도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온다.
하지만 제안서나 사업계획서처럼 20~30장이 넘어가는 PPT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AI PPT의 가장 큰 문제를 찾았다.
AI로 만든 PPT를 보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문제가 하나 있다. 대부분의 슬라이드에 핵심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같은 말을 애매하게 반복한다거나,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뽑아내지 못한다거나. 슬라이드는 많아지는데 정작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AI가 한글로 만드는 PPT를 완벽히 정복하기 어려운 이유
AI 때문에 내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망하겠거니 했는데 아직은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감히 위대한 세종대왕님이 만든 한글의 문맥을 완벽하게 이해할 리가 있겠는가.
대부분의 AI는 외국에서 개발된 모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한국어로 만든 PPT를 보면 문장은 그럴듯한데 맥락이 어딘가 어색하다. 문장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전체 흐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AI 시대, PPT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아, PPT 디자이너는 아직 안 죽겠구나. 그런데 예쁘게만 만드는 디자이너는 죽겠구나.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AI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AI가 못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내 전략도 단순해졌다.
👉🏻 AI가 대체하는 것
✓ 템플릿
✓ 레이아웃
✓ 이미지
👉🏻 AI가 못하는 것
✓ 메시지 구조화 / 도식화
✓ 발표 흐름 설계
✓ 설득 논리
AI가 못하는 것 =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
좋은 PPT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좋은 PPT는 디자인이 화려한 PPT가 아니다. 발표자와 청중이 슬라이드를 보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PPT다.
발표자는 슬라이드를 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청중은 슬라이드를 보며 지금 무슨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지, 어떤 순서로 설득할 것인지, 어디에서 강조할 것인지.
이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좋은 PPT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남는 PPT 디자이너
앞으로 PPT 시장에서 살아남는 디자이너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책상 앞에서 슬라이드를 예쁘게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발표를 설계하는 디자이너, 메시지를 구조화하는 디자이너.
이제는 PPT 디자이너라기보다 메시지 설계자에 가까운 역할이 될 것이다.
픽스페이퍼가 생각하는 PPT 디자인
그래서 나는 픽스페이퍼의 방향을 조금 다르게 잡아보기로 했다.
단순한 PPT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라, 수년간의 발표 경험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설계하는 PPT 디자인 브랜드. 슬라이드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발표를 설계하는 디자인.
AI가 PPT를 만드는 시대지만 설득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